때는 바야흐로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직후였습니다. 당시 저는 새로 취업한 로펌에 출근하기 위해 급하게 5평짜리 작은 오피스텔을 계약했습니다. 1년만 살고 나갈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급하게 계약해서 그럴까요? 그 1년간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결정적으로는 제가 속해있던 로펌에서 마약사건을 담당하던 중, 집단으로 사람들이 약을 투약한 장소가..... 제 집 아래층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저는 이사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전세사기가 만연하여 정말 최선을 다해 안전한 전세집을 찾아 다녔습니다. 그러다 가격, 안정성, 위치 등이 모두 만족스러운 빌라 하나를 찾게 되었습니다. 들어가 보니 마침 인테리어 공사 중이었는데요. 공인중개사는 예전에 누수가 있었지만 지금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저는 법에 대해서만 알았지, 집을 직접 구해본 적은 없어서 아주 안일한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누수가 나면 집주인이 의무적으로 수리해야 되니 문제없겠지!"
네, 말 그대로 안일한 생각이었습니다. 저는 이전보다 넓어진 거실에서 식사를 하며 행복감을 느꼈습니다. "후훗, 이제 옷방도 생기고 서재도 생겼구나!" 방 3개짜리 집에서 살게 되다니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이사한 지 한 달쯤 되었을 때였습니다. 옷방에서 수상한 자국 하나를 보게 되었습니다.

....!
저는 알아채고 말았습니다."누수전문변호사의 집에 누수가 발생했다." 여러분들에게 항상 말씀드리는 것과 같이, 민사소송에는 증거가 생명이므로 바로 사진촬영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집주인에게 연락했습니다. 집주인은 별거 아니라는 듯이 쉽게 대답했습니다. "아 그거? 결로 때문인 거 같은데요~ 더 커지진 않을 겁니다."
당시 순수했던 저는 "다행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자려고 침대에 누웠는데... 천장에서 희미하게 500원짜리 동전 크기로 무엇인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몰랐습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게 될지 말이죠.
시간이 흘러 여름이 되고, 장마 시즌이 되었습니다. 서재 창문 위에서 새롭게 누수가 시작되었습니다. 더는 참을 수 없었던 저는 곧바로 집주인에게 전화했습니다. "사장님 누수가 너무 심해요"

장마 시즌이 되자 극심한 피해로 번진 누수현장
이어진 대답을 듣고 저는 충격에 빠졌습니다. "아~ 제가 임대해 준 집이 여섯 채가 있는데~ 전부 누수가 나서 경황이 없네요" 결국 2~3주가 지나서야 집주인은 인부 한 명과 제 집을 찾아왔습니다. 그 뒤의 대처는 더 가관이었습니다.
집주인은 누수가 일어난 벽지를 뜯어내고 그 자리에 비닐봉지(!)를 붙이고 처리를 끝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임시방편인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사단이 나고 말았습니다.
얼마 가지 않아 새로 붙인 벽지(봉지?) 주변으로 곰팡이가 심하게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결로뿐이라 말했던 옷방에서는 물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호흡기가 점점 썩어가는 것만 같았습니다. 집은 쉬는 장소가 되어야 하는데 스트레스와 걱정 때문에 짜증나는 공간이 되어버렸습니다. 더는 참을 수 없었습니다. 다시 집주인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이제 물이 떨어지는 수준이에요. 어떻게든 조치를 해주세요."
이 말을 들은 집주인은 결국 흑화하고 말았습니다. 저처럼 다른 세입자들의 계속된 컴플레인에 집주인은 안하무인으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거, 밑에 뭐라도 받쳐놓고 있으면 되잖아요!" 변호사인 제가...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저는 의뢰인들께 항상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일에 감정을 섞지 마세요. 소송에 불리해지십니다. 침착하세요" 그런데 제가 막상 저런 말을 들으니 화가 머리끝까지 차오르더군요.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습니다. "더는 이 집에서 못 살겠으니 계약 해지합시다. 보증금 준비하셔요"
"뭐? 물 좀 샌다고 뭔 해지야?" 집주인은 반발했지만 저는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리고 계약서에 있는 집주인의 집과, 개인적으로 알고 있던 집주인의 사업장으로 내용증명을 한부씩 보냈습니다. 송달이 완료되었다는 우체국의 문자가 오기도 전에 집주인에게 먼저 전화가 왔습니다. "뭐? 계약 해지? 누구 마음대로 해지야? 나갈 거면 위약금 내고 가!"
그리고 집주인은 이렇게도 말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누나가 법조계에 일하는데? 내용증명이랑 임대차 계약서 검토도 다 끝났어. 내가 이런 일 한 두번 해본 것 같어?"
저는 평소에 제 직업을 밝히지 않고 조용히 살려고 하는 편인데요. 더는 참지 못하고 말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저 손해배상 전문 변호사입니다"
"....?"
"누나랑 잘 이야기해 보시고 연락 주세요. 며칠 안 남았습니다. 보증금도 준비하시고요."
그리고 몇 시간 후,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왔습니다. 좀 긴장이 되더군요. "안녕하세요. 집주인 OOO의 누나입니다. 저... 누수 때문에 고생이 많으시죠? 제가 대신해서 사과드려요" 예상치 못했던 반응이었습니다. "윗집에는 이야기해두었는데 내일 탐지 기사가 올 수 있다고 해요. 오늘이라도 가서 임시적으로 떨어지는 물이라도 막아볼게요"
"됐습니다. 윗집 수리 끝나면 그때 완전히 수리하시죠" 저는 이미 화가 나있었기 때문에 말이 좋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음날, 집주인은 누나와 함께 복숭아 한 상자를 들고 찾아왔습니다. 마치 저와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는 사람처럼 행동하더군요. "아이고 안녕하세요~ 복숭아 한 번 드셔보세요" 집 주인은 바로 누수탐지사를 불러 수리했습니다. "이렇게 쉽게 조치할 수 있는 것을... 시간 끌어 정말 죄송해요. 이미 곰팡이 생긴 곳은 전부 새로 도배해드릴게요" 20살은 더 많아 보이는 분이 계속 사과하셔서 그런지, 아니면 복숭아가 맛있어서 그런지 저도 화가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며칠이 가지 않아 업자가 와서 기존 도배지를 뜯어내고 다시 도배를 했습니다. 며칠 걸릴 것이라 했는데 그 넓은 방을 하루 만에 끝내주셨습니다. 새하얀 도배지를 보니 그간 쌓인 울분이 가라앉고 마음이 평안해졌습니다.

평-안
집주인의 테세 전환으로 참교육을 하는 사이다 결말은 아니지만, 그런 결말을 얻으려면 저도 고전해야 하기에, 나름 좋은 결말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 더는 천장을 보며 마음을 졸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비 오는 날 향긋한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바라볼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고맙던지요. 누수를 한 번이라도 겪어보셨다면 알고 계실 것입니다.
이후 저는 그 집에서 1년 정도 더 살다가 결혼을 했고 신혼집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새집으로 들어갈 당시, 제 마음에는 설렘이 가득했습니다. 새집, 새로운 시작, 깨끗하게 포장된 짐 바구니.
그땐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이삿짐센터 직원이 제 옷바구니 위로 락스를 쏟아버릴 줄 말이지요.

락스로 오염된 임원재 변호사의 옷 일부
순식간에 퍼진 락스의 냄새, 색이 바래진 옷들, 한순간에 무너진 제 마음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는 다음 편에 이어가겠습니다.
- 2편에서 계속 -
※ 쉽게 전달하려다 보니 여러 법리적인 내용이 압축되어 표현된 부분이 있습니다. 누수에 관한 손해배상 소송, 임대차보증금반환청구소송이 반드시 본 편의 내용과 같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누수나 임대차 보증금 사안으로 인해 법률적인 문제를 겪고 계신 분들은 반드시 변호사 상담을 통해 해결책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때는 바야흐로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직후였습니다. 당시 저는 새로 취업한 로펌에 출근하기 위해 급하게 5평짜리 작은 오피스텔을 계약했습니다. 1년만 살고 나갈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급하게 계약해서 그럴까요? 그 1년간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결정적으로는 제가 속해있던 로펌에서 마약사건을 담당하던 중, 집단으로 사람들이 약을 투약한 장소가..... 제 집 아래층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저는 이사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전세사기가 만연하여 정말 최선을 다해 안전한 전세집을 찾아 다녔습니다. 그러다 가격, 안정성, 위치 등이 모두 만족스러운 빌라 하나를 찾게 되었습니다. 들어가 보니 마침 인테리어 공사 중이었는데요. 공인중개사는 예전에 누수가 있었지만 지금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저는 법에 대해서만 알았지, 집을 직접 구해본 적은 없어서 아주 안일한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누수가 나면 집주인이 의무적으로 수리해야 되니 문제없겠지!"
네, 말 그대로 안일한 생각이었습니다. 저는 이전보다 넓어진 거실에서 식사를 하며 행복감을 느꼈습니다. "후훗, 이제 옷방도 생기고 서재도 생겼구나!" 방 3개짜리 집에서 살게 되다니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이사한 지 한 달쯤 되었을 때였습니다. 옷방에서 수상한 자국 하나를 보게 되었습니다.
....!
저는 알아채고 말았습니다."누수전문변호사의 집에 누수가 발생했다." 여러분들에게 항상 말씀드리는 것과 같이, 민사소송에는 증거가 생명이므로 바로 사진촬영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집주인에게 연락했습니다. 집주인은 별거 아니라는 듯이 쉽게 대답했습니다. "아 그거? 결로 때문인 거 같은데요~ 더 커지진 않을 겁니다."
당시 순수했던 저는 "다행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자려고 침대에 누웠는데... 천장에서 희미하게 500원짜리 동전 크기로 무엇인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몰랐습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게 될지 말이죠.
시간이 흘러 여름이 되고, 장마 시즌이 되었습니다. 서재 창문 위에서 새롭게 누수가 시작되었습니다. 더는 참을 수 없었던 저는 곧바로 집주인에게 전화했습니다. "사장님 누수가 너무 심해요"
장마 시즌이 되자 극심한 피해로 번진 누수현장
이어진 대답을 듣고 저는 충격에 빠졌습니다. "아~ 제가 임대해 준 집이 여섯 채가 있는데~ 전부 누수가 나서 경황이 없네요" 결국 2~3주가 지나서야 집주인은 인부 한 명과 제 집을 찾아왔습니다. 그 뒤의 대처는 더 가관이었습니다.
집주인은 누수가 일어난 벽지를 뜯어내고 그 자리에 비닐봉지(!)를 붙이고 처리를 끝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임시방편인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사단이 나고 말았습니다.
얼마 가지 않아 새로 붙인 벽지(봉지?) 주변으로 곰팡이가 심하게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결로뿐이라 말했던 옷방에서는 물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호흡기가 점점 썩어가는 것만 같았습니다. 집은 쉬는 장소가 되어야 하는데 스트레스와 걱정 때문에 짜증나는 공간이 되어버렸습니다. 더는 참을 수 없었습니다. 다시 집주인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이제 물이 떨어지는 수준이에요. 어떻게든 조치를 해주세요."
이 말을 들은 집주인은 결국 흑화하고 말았습니다. 저처럼 다른 세입자들의 계속된 컴플레인에 집주인은 안하무인으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거, 밑에 뭐라도 받쳐놓고 있으면 되잖아요!" 변호사인 제가...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저는 의뢰인들께 항상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일에 감정을 섞지 마세요. 소송에 불리해지십니다. 침착하세요" 그런데 제가 막상 저런 말을 들으니 화가 머리끝까지 차오르더군요.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습니다. "더는 이 집에서 못 살겠으니 계약 해지합시다. 보증금 준비하셔요"
"뭐? 물 좀 샌다고 뭔 해지야?" 집주인은 반발했지만 저는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리고 계약서에 있는 집주인의 집과, 개인적으로 알고 있던 집주인의 사업장으로 내용증명을 한부씩 보냈습니다. 송달이 완료되었다는 우체국의 문자가 오기도 전에 집주인에게 먼저 전화가 왔습니다. "뭐? 계약 해지? 누구 마음대로 해지야? 나갈 거면 위약금 내고 가!"
그리고 집주인은 이렇게도 말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누나가 법조계에 일하는데? 내용증명이랑 임대차 계약서 검토도 다 끝났어. 내가 이런 일 한 두번 해본 것 같어?"
저는 평소에 제 직업을 밝히지 않고 조용히 살려고 하는 편인데요. 더는 참지 못하고 말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저 손해배상 전문 변호사입니다"
"....?"
"누나랑 잘 이야기해 보시고 연락 주세요. 며칠 안 남았습니다. 보증금도 준비하시고요."
그리고 몇 시간 후,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왔습니다. 좀 긴장이 되더군요. "안녕하세요. 집주인 OOO의 누나입니다. 저... 누수 때문에 고생이 많으시죠? 제가 대신해서 사과드려요" 예상치 못했던 반응이었습니다. "윗집에는 이야기해두었는데 내일 탐지 기사가 올 수 있다고 해요. 오늘이라도 가서 임시적으로 떨어지는 물이라도 막아볼게요"
"됐습니다. 윗집 수리 끝나면 그때 완전히 수리하시죠" 저는 이미 화가 나있었기 때문에 말이 좋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음날, 집주인은 누나와 함께 복숭아 한 상자를 들고 찾아왔습니다. 마치 저와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는 사람처럼 행동하더군요. "아이고 안녕하세요~ 복숭아 한 번 드셔보세요" 집 주인은 바로 누수탐지사를 불러 수리했습니다. "이렇게 쉽게 조치할 수 있는 것을... 시간 끌어 정말 죄송해요. 이미 곰팡이 생긴 곳은 전부 새로 도배해드릴게요" 20살은 더 많아 보이는 분이 계속 사과하셔서 그런지, 아니면 복숭아가 맛있어서 그런지 저도 화가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며칠이 가지 않아 업자가 와서 기존 도배지를 뜯어내고 다시 도배를 했습니다. 며칠 걸릴 것이라 했는데 그 넓은 방을 하루 만에 끝내주셨습니다. 새하얀 도배지를 보니 그간 쌓인 울분이 가라앉고 마음이 평안해졌습니다.
평-안
집주인의 테세 전환으로 참교육을 하는 사이다 결말은 아니지만, 그런 결말을 얻으려면 저도 고전해야 하기에, 나름 좋은 결말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 더는 천장을 보며 마음을 졸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비 오는 날 향긋한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바라볼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고맙던지요. 누수를 한 번이라도 겪어보셨다면 알고 계실 것입니다.
이후 저는 그 집에서 1년 정도 더 살다가 결혼을 했고 신혼집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새집으로 들어갈 당시, 제 마음에는 설렘이 가득했습니다. 새집, 새로운 시작, 깨끗하게 포장된 짐 바구니.
그땐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이삿짐센터 직원이 제 옷바구니 위로 락스를 쏟아버릴 줄 말이지요.
락스로 오염된 임원재 변호사의 옷 일부
순식간에 퍼진 락스의 냄새, 색이 바래진 옷들, 한순간에 무너진 제 마음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는 다음 편에 이어가겠습니다.
- 2편에서 계속 -
※ 쉽게 전달하려다 보니 여러 법리적인 내용이 압축되어 표현된 부분이 있습니다. 누수에 관한 손해배상 소송, 임대차보증금반환청구소송이 반드시 본 편의 내용과 같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누수나 임대차 보증금 사안으로 인해 법률적인 문제를 겪고 계신 분들은 반드시 변호사 상담을 통해 해결책을 찾으시길 바랍니다.